40대 여배우 시대를 상징하는 김성령(48). 1988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인
그는 결혼과 출산을 거친 후 2012년 뒤늦게 ‘추적자’로 주목받기 시작해
‘야왕’ ‘상속자들’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발휘하며
패셔니스타의 면모를 갖춘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감각적이고 고급스러운 재벌가 스타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
8월 말 시청률 22.4%로 막을 내린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은
그가 30년 가까이 다져온 연기 내공과 패션 센스를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김성령은 데뷔 후 처음 단독 주연을 맡으며 오랜 꿈을 이뤘다.
‘여왕의 꽃’은 성공을 향한 야망으로 가득 찬 셰프 레나 정이,
본인이 버린 후 죽은 줄 알았던 딸과 재회하며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
긴 호흡을 요하는 50부작 드라마를 이끄는 레나 정의 삶을 연기하기는 녹록지 않았을 터.
촬영을 모두 마치고 기자와 마주한 김성령은 “이번처럼 정신적으로 힘든 작품은 처음이었다”며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한 만큼 기대치가 높아지다 보니 시청률을 더 올리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고백했다.
배우의 자세 배우고, 부족함 깨달은 소중한 시간 是一个学习演员应该有的姿态,认识自己的不足的珍贵的时间
무려 50부작을 달려왔는데 힘들진 않았나요. 50集那么长走过来,不觉得很累吗?
체력은 괜찮았어요.
미니시리즈를 촬영하면서 쪽대본에 익숙해졌고 3박 4일, 4박 5일 밤을 새운 적도 많거든요.
그런데 ‘여왕의 꽃’ 박현주 작가님은 한 번도 대본을 늦게 준 적이 없기 때문에
매주 대본 연습을 할 수 있었고, 촬영 스케줄도 미리 잡을 수 있었어요.
감독님과 스태프들도 배우들이 연기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셨고요.
극 중 남편이었던 후배 연기자 이종혁 씨와는 연기 호흡이 잘 맞았나요. 与剧中扮演丈夫的后辈演员李钟赫xi配合的还默契吗?
이종혁 배우의 매력은 ‘신사의 품격’에서 보여준 자유분방함에 있어요.
근데 이번에 맡은 박민준이라는 남자는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여서 본인도 힘들어하고, 저도 좀 힘들었어요.
후반에는 박민준이 레나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지만
처음에는 캐릭터 잡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멜로 부분이 좀 약하지 않았나 싶어요.
평소 종혁이는 ‘누나, 밥먹고 가. 계곡에 발 담그고 가’ 하면서
상대방을 잘 챙기는 유쾌한 성격이에요. 남자다우면서도 자상하죠.
레나 정보다 한 수 위 악녀(시어머니 희라)를 연기한 김미숙 씨와도 잘 지냈나요. 与饰演比lina郑更上一层的恶女(婆婆熙拉)金美淑xi也相处的很好吗?
드라마에서는 저와 앙숙이었지만 촬영 현장에서는 김미숙 선배가 가장 편했어요.
제가 불안해할 때마다 선배가 항상 힘을 주셨어요.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말아라. 힘내라’ 하고요.
김미숙 선배님이 지치지 않았기 때문에 저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어요.
김미숙 선배님도 저 못지않게 대사가 많았는데도
늘 다 외우셔서 제가 염치없이 힘들다고 투정할 처지가 아니었죠(웃음).
딸이 살아 있다는 걸 알았을 때요. 가장 울컥했던 장면이죠.
대본 보면서 ‘딸이 살아 있어. 어떻게 해?’ 하며 안쓰러워했는데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아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엄마와의 재회 신도 잊을 수 없어요. 현장에서 다들 폭풍 눈물을 흘렸어요.
엄마 역을 한 예수정 선생님이 감정을 너무 잘 잡아주셨어요.
‘전원일기’로 유명한 고정애란 선생님의 딸이고,
연극 무대에서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정평 나있는 분이시죠.
얻은 게 많아요.
미니시리즈 할 때는 쪽대본에 쫓겨서 캐릭터나 연기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고민할 시간이 충분 했어요.
첫 촬영부터 종영까지 7개월 동안 현장에서 배우가 견지해야 할 자세를 배우고
아직 부족한 게 많다는 걸 깨달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싶어 실망감이 들 때도 있었고,
배우뿐 아니라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조화를 이뤄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새삼 느꼈는데 그런 깨달음이 저로서는 큰 수확이었죠.
그런 게 있으면 떼돈 벌었겠죠. 하하하.
사실 일할 때는 많이 먹어서 살을 빼기가 힘들어요.
좀 전에도 떡볶이와 어묵을 잔뜩 먹었어요.
군것질을 좋아해서 촬영장에 항상 과자가 있어요.
근데 집에만 있을 때는 식욕이 줄어서 잘 챙겨 먹지 않아요.
저녁 식사는 과식하지 않도록 늘 신경을 써요. 많이 먹었다 싶으면 운동을 하고요.
필라테스를 하고 있어요. 일이 없을 때는 일주일에 두 번 하는데,
작품을 할 때도 일주일에 한 번은 했어요.
예쁜 보디라인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최근 랑콤 모델이 됐는데 CF 시안이 플라잉 요가였어요.
그 때문에 플라잉 요가를 따로 배우진 않았지만 다이어트와 히프 업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어떤 운동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운동이든 하는 게 중요해요.
운동은 매일 하는 것보다 일주일에 세 번이 적당하대요.
운동을 심하게 하면 오히려 노화가 빨리 와서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드라마에서 입고 나오는 옷마다 화제를 모았는데, 그런 스타일링 감각도 타고난 건가요. 在电视剧中你穿的每一件衣服都能引发话题,这种staring的感觉也是天生的吗?
제 스타일을 잘 알고, 그에 맞게 패션을 연출해주는 사람을 곁에 둔 덕분이에요.
평소에는 옷을 못 입어요. 패션 테러리스트예요.
오죽하면 우리 아들이 ‘내가 입만 뻥긋하면 엄마는 끝난다’고 놀리겠어요.
하하하. 일이 없을 땐 화장도 아무렇게나 해요. 대신 드라마 할 때는 신경을 많이 써요.
의상 시안을 직접 찾아서 스타일리스트에게 보내고 옷이 이상하다는 말을 들으면 바로 시정하죠.
저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더 노력할 수밖에 없어요.
실력이 더 좋은 스타일리스트도 있지만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의상팀을 바꾸고 싶지 않아서
그 친구들에게 함께 더 노력해서 발전해나가자고 독려하죠.
김성령은 두 아들과 서울 여의도에서 살고 있다.
큰아들은 현재 중학교 2학년, 작은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보다 두 살 많은 남편 이기수 씨는 자녀 교육과 아내의 연예 활동을 위해
가족과 떨어져 기러기 아빠로 지내는 삶을 감수하며 사업 본거지인 부산에서 생활한다.
“설과 추석 명절에는 저희가 부산에 가고, 그 외에는 남편이 주로 상경하는 편이에요.
일 때문에 남편과 아이들을 자주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할 때가 많은데
고맙게도 가족들이 저를 많이 이해해줘요.
엄마가 늘 바쁜 사람이라는 걸 아이들도 알거든요.
집안일과 바깥일을 다 잘할 수는 없더라고요.
엊그제 작은아이가 안경 맞춰달라고 했는데 주말까지만 참아 달라고 했어요.
집안일을 도와주는 분과 같이 간다는 걸 말렸어요. 제가 직접 안경을 골라주고 싶어서요.
남편은 제가 배우로 활동하는 걸 좋아해요. 제 작품의 모니터링도 잘해줘요.
‘여왕의 꽃’도 재미있게 봤어요. ‘부산에선 다 ‘여왕의 꽃’ 본다.
근데 왜 시청률이 20%를 안 넘는지 모르겠다. 어제 재밌었다. 시청률 올랐쟤?’ 이러면서요.
마지막회 시청률이 20%를 넘으니까 저보다 더 좋아하던걸요. 하하하.
‘여왕의 꽃’이 끝나서 이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많아졌나요. ‘女王之花’结束后现在和家人一起的时间变多了吗?
9월 말까지는 화보 촬영과 행사가 잡혀 있어서 바쁘고 10월부터 좀 여유로워질 거예요.
그때는 쉬면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화보 촬영지인 싱가포르에서도 아이들과 함께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제가 먼저 싱가포르로 가면 아이들이 뒤따라올 거예요.
실은 아이들의 싱가포르 유학을 생각 중이거든요.
이참에 싱가포르가 유학을 갈 만한지 아이들과 같이 살펴보려고요(웃음).
“명길이 언니는 제가 출연한 작품을 챙겨보면서 모니터링도 해줘요.
‘여왕의 꽃’을 할 때도 언니가 피가 되고 살이 될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한번은 언니가 전화해서 ‘너 미쳤니? 병원에서 왜 입술에 빨간 거를 발라?
병실에 누워 있는데 입술이 번질번질하더라.
예쁜 모습은 광고에서나 보여줘. 드라마에서는 배우의 모습을 보여줘야지.
네가 울면서 말하는데도 입술 때문에 시선을 다 뺏겼다’고 꾸짖었어요.
그 말 듣고 바로 ‘언니, 내가 잘못했어.
톤을 죽이긴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나 봐’ 하고 반성했어요.
언니는 선배 연기자로서 정말 날카롭게 지적해줘요.
저를 진심으로 아껴서 그런 애정 어린 직언을 해주니까 너무 고마워요.”
김성령은 자신의 모습만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려고 노력하는 배우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더는 병들지 않도록 일상 속에서 환경 살리기 운동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그 자체로 눈부시지만, 나이 들수록 매력을 더하는 이는 흔치 않다.
김성령의 내일이 오늘보다 더 기대되는 이유다.